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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사물이 보인다. 혹은 사물의 부분만이 눈에 띄기도 한다. 특정한 움직임이 반복되며, 고정된 장면을 무너트린다. 다소 제멋대로의 모양들이 발견되는데, 얼핏 마감이 덜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이는 나의 작업이 주는 첫 인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작업에 사용되는 방법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나의 관심사에 기반한다.

#Part 1 정형화된 인공물에 대한 의심

 

  매일 사용하던 일상적 사물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들의 형태와 구성 물질, 그것들이 유도하는 작동방식. 이러한 특징들이 새삼 낯설어 질 때면, 그들이 존재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어떤 대상이 익숙하다는 것은 그것의 존재가 나에게 선명하여 의심이 되지 않는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작업은 익숙한 사물 또는 주변 환경에서 느껴지는 낯설음, 그로인한 의구심에서 시작된다.

 

  일상 사물이 가진 실용적인 형태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 알맞게 설계된 것이며, 그렇기에 특정한 방식의 사용을 유도한다. 책상의 높이나 침대의 넓이, 창문의 크기, 천장의 높이, 도로의 넓이 까지도, 모든 인공물은 효율적 사용을 위해 구축되었다. 인류가 인류를 위해 만든 이러한 구조는 필요에 의해 존재하게 된 것이며,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효율적 방식을 통해 존재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최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존재 방식은 나로 하여금 특정한 사용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실을 되새길 때, 인공물 전반 -사용하는 가구, 살고 있는 건물, 더욱이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 까지도- 은 새삼 낯선 것이 되며, 당연하게 여겨온 그들의 존재 방식에 의구심을 품게 된다. 사회 전체에서 지배적인 경향을 형성하는, 쌓이고 쌓여 관습을 넘어선 일종의 신념이 된 현재의 문명에 대한 의구심.

 

  그러나 동시에, 어느샌가 의도적으로 구축되어온 문명의 이기에 잘 적응해 살고 있는 스스로를 인식 할 때면, 어찌보면 나도, 의도되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선택과 생각, 행동이 온전히 나라는 자아에서 부터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를 수동적 존재로 지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나 스스로와 객체를 동일 선상에서 인지하게 하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인지하는 세계에 대한 내용을 함축하여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 형태, 설치 구조에는, 나 자신의 모습이 항상 투영되어 있다.

#Part2 물질성과 그 이후에 대한 궁금증

 

  나는 자주, 물질(物質)이 가진 한계성을 느낀다. 매일같이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죽은 각질, 머리카락, 쌓이는 먼지를 보며 매일의 죽음을 경험한다. 몸, 신체를 가지고 있는 유효한 존재라는 자각, 내가 가진 신체의 연약함에 대한 경험은 나를 둘러싼 모든 물질적인 존재들을 접할 때에도 상기된다. 현재는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 쓸모를 다하고 사라질 그 유효함,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물의 존재와 나 자신의 존재가 겹쳐지고, 결국, 다 같은 일시적 존재들 중 하나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일상적 붕괴, 일종의 지속적이면서 사소한 죽음의 경험은 내 신체에서 출발하여, 일상 사물과 건물을 넘어 딛고 있는 이 안정적인 땅 조차도 영원할 수 없으며, 언제라도 붕괴될 가능성이 있는 결코 견고하지 않은 것임을 깨닫는 것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현재 유효한 사회 시스템, 견고한 신념 또한 언젠가 무효화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미 짧은 삶에서 나마 많은 물건과 건물이 버려지거나 무너지고 다시금 대체되는 것을 경험했다. 더욱이, 역사상 여러 번 목격 된 바와 같이, 사회는 산업 혁명, 전쟁, 신 기술의 발명, 바이러스, 환경 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발전과 붕괴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발생과 붕괴 사이에 존재하는 공생 관계, 꼬리에 꼬리를 문 사이클은 인공 구조의 지속적인 붕괴에 대한 불가피한 필요성과 함께, 언제든 다시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죽음과 발생의 반복적 경험은, 모든 물질적인 존재는 붕괴될 것이라도, 이는 결국 궁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순환의 과정 중 하나를 겪는 것일 뿐임을 느끼게 한다. 고정되거나 완료된 상태는 없으며 모든 것은 일종의 과정 속에 순간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생각은 작업 전반에 걸쳐 반영된다. 때문에 쓸모가 다 된 것, 죽음을 맞이한 인공물을 재사용 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을 다시금 과정의 상태로 놓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움직임을 사용하여 작업을 영원한 주기 속 과정의 상태에 놓는 것을 추구한다.  말하자면 의식적으로 고정된 상태를 지연시키며, 죽음 그 이후를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생각하며 끝없는 사이클을 만들어 내고자 함이다.

 

  이렇게 끝없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흐르는 세계 속에서, 나는 다른 무엇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찰나로만 존재함을 느낀다. 짧은 삶 속에서 내가 미처 다 겪을 수 없는 경험, 내가 살 수 없는 시간, 짧은 식견으로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와 같이, 미지에 존재할 셀 수 없을 것들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때면, 내 의지로 어떠한 영향력을 꾀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코 닿을 수 없을 그 미지의 세계는, 나로 하여금 내 손을 벗어나 우연하게 형성된 형태가 오히려 진리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나는 작업 내에서 의도치 않은 형상을 오히려 모든 정형화된 형태의 가치를 무마시키는 작용을 위해 사용하고는 한다.

 

  이러한 두 갈래의 생각을 통해서 발현되는 작업의 특징들을 좀 더 살펴보자면, 우선, 쓸모가 없어진 버려진 사물, 혹은 가치가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소소한 재료를 사용한다.(여기에는 이전 작품의 잔재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매우 사소하고 저렴한 것, 고장 났거나 그저 낡아서와 같은 여러 이유로 버려진 것, 사회적 가치를 잃고 원래의 목적과 실용성을 잃은 상태의 것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죽음을 맞이한 인공물인 것이다. 이들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나는 다시금 새로운 주기를 만든다. 이렇듯 나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 보다, 이미 만들어진 형태, 그 중에서도 견고하게 여겨지는 형태를 해체하여, 부분들을 재 사용하는 것을 선택한다. 해체된 부분들은 다시금 새롭게 구성, 재조합 되며,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또 다른 세계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거기에,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움직임을 더한다. 이는 작업에 물리적인 방식으로 적용되기도 하며 때로는 개념적인 방식으로 반영된다. 이러한 운동성은 앞서 언급했듯, 존재란 과정의 일부, 순환의 일부라는 생각에 기반한다. 작업을 과정에 상태로 놓고자 하는 노력은, 날것 느낌의 재료 사용, 덜 된 마감, 고정되어 있지 않은 형태, 때로는 실험이라는 과정의 형태로서 발현된다. 이를 통해 나는 의식적으로 고정된 상태를 지양하며, 작업을 끝없는 과정, 영원한 주기 속에 놓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쓸모를 다한 인공물 외에도, 이따금씩 최소한의 실용적 구조물들 -꺾쇠, 경첩, 손잡이와 같은- 이 포함되어 움직임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물리적인 움직임은 매우 익숙하고 또 사소하지만, 어쩌면 진리의 부분을 단순한 형태로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현실 속에서 발견되는, 미지의 진리를 위한 작은 단서와 같은 느낌. 때문에 나는 항상 그들을 포함하여 은유적 움직임을 만들고는 한다.

 

  작업의 구조나 형상의 일부분을 항상 우연하게 형성되도록 열어둔다. 이는 비정형적인 모양, 의도치 않은 형태라는 결과를 야기하는데, 때로는 이러한 태도가 작업 전반의 미감을 결정한다. ‘비정형(非定型)’이라는 것은 계산된 형태에서 벗어난, 분명한 목적에서 벗어나 추상적으로 해체된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규격화된 틀에 대한 의심과 이탈하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한다.

 

  이렇듯 나는 위와 같은 방식들을 통해, ‘견고한’ 믿음을 해체한다. 현재의 가치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온 인공물을 재사용하고, 해체 및 재구성을 통해 본래의 가치와 의미의 전복을 꾀한다.

 

 

  매우 물질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나의 설치 작업은, 역으로 비 가시적이고 비 물질적인 영역에 대한 내용을 담기 위한 몸체가 된다. 이를 통해 나는, 사소하고 일상적이며 비교적 미시적인 영역과 무겁게만 느껴지는 거시적인 영역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연결고리가 없게 여겨지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일은 관습적 생각의 굴레를 끊어내고자 함이다.

 

  다방향으로 꼬리를 무는 생각과 이에 따른 발현 방식들은 결국 어느 지점에서 만나며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각각은 연결성이 없는, 서로 무관한 것들로 여겨지곤 하는 것 이기에, 작업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먼 거리의 것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설치의 형태로 만나며 함께 만드는 풍경은 생경하기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더욱 분명해 진다. 동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을 연결하는 그 과정 자체 또한, 작업 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느끼는 낯선 감각, 익숙했던 것에 대한 의구심을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아 만드는 설치에는, 어찌보면 계속해서 완결된 상태를 지양하고, 끊임없는 의문을 통해 과정에 남고, 자기 확신을 무너트리는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끊임없이 무너트리는 일은 끊임없는 의심을 요구하기에 번거롭지만, 그렇기에 모든 사소할 수 있는 존재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2020

You will find quotidian things or only some parts of them stand out. Certain movements are repeated, destroying the fixed scene. You also can find some irregular shapes at first glance, it may feel like unfinished work. These could be the first impression of my work. These features are derived from the certain methodology in my work and this is based on my interests as follows.

#Part 1 questioning about standardized artificial objects

  Sometimes, daily objects I use start to feel unfamiliar. When their features, Their forms and constituent materials, and designed operation ways become unfamiliar, I come to rethink how they exist. The questions of their possible different existence arise. The familiarity of an object can be understood as a state whose functionality is socially clear and un-doubtful. My work begins with uncanniness felt from daily objects or the surrounding environment, and the resulting questions.

  The practical form of an everyday object is designed for efficient use and thus induces our behavior in a specific way. The height of a desk, the width of a bed, the size of a window, the height of a ceiling, and the width of a road, all artifacts are built for efficiency in our life. The structures came in to exist because of humanity’s necessity and the purpose of their existence is achieved through their efficient method with a clear purpose. They require us to use them in a specific way. Based on this fact, every artifact -the furniture I use, the building in which I live, and even the whole social system- becomes strange and unfamiliar, and some kind of suspicion arise; Suspicion of the current civilization, which has been built on top of a belief that has complied layers of old conventions. (by building up a dominant trend in the whole society.)

  But at the same time, when I recognize how well adapt I am to this convenient designed modern living that has been intentionally built, in some way, I see my life no different from an object made with intention. Knowing my choices, thoughts, and actions are socially constructed, I perceive myself as a passive being. I choose a way to implicitly show the world I perceive into scenes by using them. The objects, materials, shapes I chose, and installation structures I build in my work are anthropomorphized and curate to project myself. 

# Part2 Curiosity in materiality and beyond it

  I often find the limit of materiality. I experience daily death by seeing the dead skin cells and dirt that shed off from my body and accumulate every day. Whenever I encounter all physical beings around me, I am reminded again and again that I have a vulnerable and limitary body. This awareness makes me reckon that what was once useful will disintegrate and dissipate at some point, even though It has a clear value and purpose at the moment. I come to see objects and myself overlapped, and in the end, I feel all material beings are transient. I see the overlapping characteristics between objects and I, and in the end, I feel all physical beings are transient.

  The experience of everyday deterioration which is continuous and trivial expands to my awareness that my body, objects, buildings, and even this ground which I stand on cannot promise eternity and precariously hold a possibility of collapse at any time. Also, I face the fact that the social systems and beliefs we believe in may also someday become invalid. Within the short time of my life, I have already experienced the cycle of production and destruction over and over again. Furthermore, we have witnessed the cycle throughout history, society has repeatedly experienced a multitude of forms of developments and collapses - the industrial revolution, war, virus, environmental issues, etc. And this ‘push/pull’ symbiotic-relationship demonstrates the inevitable faith of collapse and re-emergence of artificial structure and system.

   The direct and indirect experience of this cycle makes me feel that even though all material beings collapse, it is not an ultimate death, but just one of the processes in the bigger cycle. Directly and indirectly experiencing this cycle which makes me feel that even though all material beings collapse, it doesn’t mean an ultimate death. But just one part of a bigger cycle. The idea that ​​there is no such thing as completed or fixed, is reflected throughout my work. Hence, the reason why I use objects that are no longer useful or facing death is to put them back to the cycle again. Therefore, I pursue using repetitive cycle or movement, which In other words is consciously delaying a fixed state and creating an endless cycle. It is thinking of death as another beginning rather than the ultimate end.

  Living in constant changes and an ever-flowing world, I feel I am existing temporarily just like any other thing. Whenever it comes to my mind that there might be numerous unknown things out there, such as the experiences I cannot have, the time afterlife, the moments I cannot predict, I get stuck by the fact that what seems to be in place or in control is not entirely affected by my own will but by numerous factors. The unknown world, which I can sense but never can reach, arises the thought that what happens by chance is rather close to the truth. Thus, in the work, I usually use an unintended shape to negate the value of all standardized forms.
 

 

  Explaining more about the physical features of my work, first, I use abandoned objects or trivial materials considered to be low value. For example, something produced, the remnants of my previous work, very minor and cheap, something abandoned for various reasons; such as broken, outdated, or lost its social value, original purpose, and practicality. To simply put, they are the urban materials facing death, and by using them again, I create a new cycle. Rather than creating a new form and using a new material, I choose to re-use the form and material that has already been manufactured especially the form that was considered concrete in the society, and dismantles them. The parts that are disassembled are reconstituted and recombined again, creating a new landscape of another world that deviates from the established customs.

 

  Furthermore, I add repetitive and cyclical movements. Sometimes it is applied in a physical way or in a conceptual way. Based on the idea that all being is a part of a process and a cycle, my efforts to keep the work into a process state are realized in the way of using raw material, keeping unfinished state, unfixed form, and sometimes kind of a form of a lab. Through this, I consciously try to avoid the fixed state and put my work in an endless process of a cycle.

  In addition to my choice of form and material, there are particular choices I make in structures, such as using bracket, hinge, and handle, which are often used to create a movement. The practical movements I observe from them seem to intend very familiar and trivial motions, but I often can feel that they hold some truth in their simple forms. It feels like little clues found in reality, which inspires me to metaphorically used them in my work. 

 

  Whether it is a structure or shape, when it isn't forced to be something, it lets itself become something else by chance. Respecting this chance results in an atypical or unintended shape and sometimes determines the overall aesthetics of my work. The ‘atypical form’ is an abstractly dissembled form that deviates from calculated and purpose-oriented form/design. My attraction to this form reflects my doubt on what creates standardized measures, and my desire to break away from them. 

 

  Practicing the methods explained above, I aim to dismantle our ‘concrete belief’ by reusing, dismantling, and rearranging the objects. I strive to subvert the social values and meanings in the current value system. 


  The material presented in my work means more than its materiality. It embodies invisible and non-material fields/ideas. Through this, I anticipate to create moments in which two opposite sides collide; one is trivial, specific, and relatively microscopic areas, and the other is general but complex and relatively macroscopic. Connecting the two worlds, which can be considered with no affiliation, is intended to break the bond of conventional thinking.    

 

  The ideas in multiple directions and the expression methods followed eventually meet at some point and create a new landscape. Since each is usually regarded as non-connected and irrelevant, my work can be felt a bit esoteric. The scenery created by connecting distant things in the form of installation together is unfamiliar, thus, my message becomes more clear. The connecting process itself also plays a central role in the work. 


  In my installation work that is built motivated by unfamiliar sensations in everyday life and doubts about familiar civilized surroundings, it contains the will to avoid the completed state constantly, remaining in the process through the endless question, breaking the self-conviction. Though breaking down continuously is cumbersome as it demands constant doubt, it is vital in order to remind the value of all trivial beings including humanit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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