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solo exhibition '중첩되는 세계' 'Overlapping World'
The Post-future Soil made of artificial debris, shredding machine behind the translucent temporary wall, etc.

varilable installation

2021

 자로 잰 듯 곧게 펼쳐진 수평선(水平線)이 사실 거대한 구(球)를 이루는 곡선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 뒤에도, 우리는 그것의 이름을 고치지 않았다. 몸에 묶인 인간의 경험적 인식이란 그런 것이다. 이러한 공간 인식의 문제를 시간에 관한 것으로 돌려놓으면, 우리는 박예나가 만들어낸 세계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선형적 시간(linear time)과 자연의 순환적 시간(cyclical time)을 아우른다.

 

 전시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품 <미래 이후의 흙>은 우리의 시간 감각을 아득히 넘어서는 지질학적 시간을 다룬다. 작가는 건물이나 도로 등 도시환경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을 수집한 뒤 분쇄하여 바닥에 가득 채웠는데, 이는 문명을 이루던 모든 것이 오랜 풍화를 거쳐 흙으로 되돌아간 먼 훗날의 땅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늘날의 문명이 발 딛고 선 땅이 사실 켜켜이 쌓인 과거의 세계들인 것처럼, 지금의 문명 세계도 언젠가는 땅이 될 것이다.

 

(중략)

 

 되풀이되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화살처럼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몸에 갇힌 우리는 순환적 시간과 선형적 시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한다. 시간의 두 얼굴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함께 존재하지만 동시에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영원히 돌아올 것 같은 하루에 속아 삶을 허비하다가도,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허둥대곤 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가 너무도 곧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둥근 지구를 떠올리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거대한 순환의 주기를 상상한다면 그 경험은 무엇일 수 있을까. 원을 그리며 걷는 사람은 결국 출발지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원이 크면 클 수록, 돌아온 사람은 출발할 때의 자신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우리를 둘러싼 시간 속에서 작은 죽음과 재생을 반복하며 변모하고 있으므로.

 

 몇몇 작품의 형식과 전시 구성 전반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상이한 시공간의 중첩(overlapping)이다. 이는 전시 제목인 <중첩되는 세계>와도 연관된다. 외부세계의 맥락을 소거하여 작품만을 부각하려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가 아닌 상가 건물의 빈 공간에서 열린 이 전시는, 지역성과 장소성을 전시의 맥락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온다. 개발과 재개발로 끝없이 건물이 지어지고 무너지는 김포의 풍경이 전시장 양측 창문으로 펼쳐진다. 실내 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외부와 내부의 상호작용은 더 긴밀해 진다. 관객은 흙만 남은 미래 이후의 김포와 개발이 한창인 현재의 김포를 함께 본다. 물질 문명의 삶과 죽음이 겹쳐진다.  

 

(후략)

●임재형

YenaPark_SoloShow_poster.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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